안 써봤다고 못 파는 건 아닙니다

상담 오신 대표님들께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이 제품, 직접 써보신 적 있으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희가 반려동물용 칫솔과 가루형 멜라토닌 상세페이지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저희 중 누구도 반려동물 칫솔을 반려동물에게 써본 적도, 멜라토닌을 먹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걸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써봤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01. 안 써봤다는 건, 선입견이 없다는 뜻입니다
직접 써본 제품을 기획할 때의 함정이 있습니다. 내가 좋았던 점을 기준으로 카피를 쓴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좋았던 점과, 고객이 망설이던 점이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안 써본 제품을 맡으면 이 함정이 사라집니다. 대신 질문부터 시작해야 해요. "이 제품, 왜 못 샀을까요?"
저희가 이 질문을 던지면 두 제품 모두 같은 답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이미 있던 불안이었습니다.
02. 질문보다 표정을 봅니다
멜라토닌 제품을 기획하면서 지인에게 물었어요. "잠 못 이루신 느낌이 어때요?" 반려동물 칫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는 반려인에게 물었어요. "칫솔질 시도해본 적 있으세요?"
중요한 건 대답이 아니라 그 앞의 머뭇거림이었습니다. 숫자로 남지 않는 표정과 머뭇거림이요.

"우리 애는 입에 손 넣으면 물어요."
이 한 마디가 제품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칫솔의 세척력이 아니라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것을요. 설문지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답입니다. 직접 물어보고, 그 얼굴을 보았을 때만 나오는 답이었어요.
저희가 상세페이지를 짜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거예요. 설문 대신 사람을 만납니다.
03. 커뮤니티에서 쓰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지인 한 명의 말은 출발점입니다. 그 다음은 이 머뭇거림이 나 혼자만의 이야기인지, 많은 사람의 이야기인지를 확인할 차례예요. 저희는 커뮤니티와 SNS로 갑니다.
멜라토닌 후기를 쌓았는데,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따로 있었어요. "의존", "부작용", "무서워요".
이거 보고 상세페이지 톤앤매너를 정했어요. 효과를 강조하는 대신 "안심", "식물성" 같은 단어를 먼저 배치했습니다. 고객이 불안해하는 걸 먼저 지우고, 그다음에 효과를 말하는 순서예요.
이건 저희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고객이 이미 쓰고 있는 말을 그대로 가져온 거예요. 사이즈 가이드 글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고객이 머릿속으로 던지는 질문과 문장 구조가 같을 때 카피가 가장 강합니다.
👉 사이즈 보다가 나간 고객은, 떠난 게 아니라 멈춘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희 제품은 써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데, 안 써본 기획자가 제대로 기획할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해요. 기획자의 일은 고객의 불완전한 말을 제품의 말로 바꾸는 겁니다. 직접 써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저희는 가까운 사람의 반응과 커뮤니티의 반복된 말을 두 겹으로 쌓아요. 오히려 직접 경험보다 더 냉정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Q. 제대로 된 질문이란 어떤 건가요?
고객 스스로도 말로는 설명하지 못했던 니즈를 끌어내는 질문이에요. 이 질문이 먼저 있어야 팀 전체가 같은 자료를 보고 일할 수 있고, 결국 구매 직전에 망설이는 고객을 줄이는 구성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성공적인 기획은 얼마나 써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들었는가에서 갈라집니다.
저희는 낯선 제품, 낯선 고객이라도 가까운 사람의 표정과 커뮤니티의 언어를 통해 고객의 언어로 말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도, 고객의 언어로 바꾸면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낯선 카테고리라고 망설이고 계시다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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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티와이플러스가 실제 진행한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을 재구성한 제작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