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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로는 안 팔립니다 — 어촌 마을 펀딩을 전부 달성시킨 이유

2026.07.27
'도와주세요'로는 안 팔립니다 — 어촌 마을 펀딩을 전부 달성시킨 이유

지역 활성화 사업을 맡으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 이야기를 잘 담아주세요.

당연한 요청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요청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2023년 8월, 정부기관과 함께 전국 어촌 마을의 특산물과 체험 프로그램을 와디즈에 올리면서 사연을 맨 앞에 두지 않기로 했거든요.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올린 프로젝트가 전부 목표를 넘겼습니다.

전국 어촌 마을 프로젝트 달성률 — 전부 100% 이상 달성
전국 어촌 마을 프로젝트 달성률 — 전부 100% 이상 달성

01. 하나도 0이 없었습니다

와디즈에서 달성 여부는 0 아니면 1입니다. 99%는 0이고 100%는 1입니다. 목표를 못 넘기면 결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지역 사업에서 진짜 질문은 "얼마나 크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결승선을 넘긴 것이 몇 개냐"입니다.

저희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최저 100%, 최고 2,340%였습니다. 한 개도 미달이 없었습니다.

  • 장봉도 무산재래김 — 2,340%
  • 제주 금능 뿔소라 — 2,171%
  • 영광 보리굴비 선물세트 — 2,115%
  • 통영 장 4종 명절 선물세트 — 1,322%
  • 서산 감태 — 646%
  • 제주 김녕 해녀마을 체험관광 — 526%
  • 연평도 육수팩 세트 — 420%

금액으로 보면 50만 원대부터 1,170만 원대까지, 억대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지역 사업은 원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게 하나도 0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미달된 프로젝트는 지역에 단 한 푼도 남기지 못하니까요.


02. '도와주세요'로는 안 팔립니다

공공 목적 프로젝트가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취지를 맨 앞에 세우는 것입니다.

"해녀가 줄고 있습니다." "어촌이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사실이고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걸 첫 화면에 놓으면 소비자는 이렇게 읽습니다. '아, 이건 기부구나.'

기부는 한 번 하고 끝납니다. 재구매가 없습니다. 그러면 사업이 끝나는 순간 마을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사연은 구매 이유가 아닙니다. 구매의 정당화입니다.

사람은 사연 때문에 사지 않습니다. 먼저 사고 싶은 걸 발견하고, 그다음 사연 덕분에 망설임 없이 삽니다. 순서가 반대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페이지를 보시면 순서가 명확합니다.

미역국 한 그릇이 먼저 나옵니다. 해녀가 12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한참 뒤에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제품으로 돌아와 '100% 제주산', '말린미역이 아닌 생미역', '해녀 직접 채취'로 닫습니다.

먹고 싶게 만든 다음, 사도 되는 이유를 줬습니다.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사연을 빼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리를 바꾸라는 뜻입니다.

저희가 앞서 소개한 인디가수 이겸비 메이커 사례는 정반대였습니다. 후원 펀딩은 '도울 이유'를 파는 것이라 사연이 맨 앞에 와야 합니다. 반면 특산물은 리워드 펀딩입니다. 사는 사람은 감동을 받으러 오는 게 아니라 저녁에 끓일 걸 찾으러 옵니다.

같은 와디즈 안에서도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사연의 자리가 달라집니다. 지역 특산물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상품성과 공공성, 둘 다 있으니까요.


03. 그래서 저희가 한 세 가지

① 원물을 크게, 아주 크게

로컬 특산물은 브랜드 인지도가 0입니다. 서산 감태, 장봉도 무산김, 금능 뿔소라. 이름만 보고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판단 근거가 화면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원물의 질감을 확대했습니다. 감태의 미세한 결, 성게알의 녹진한 면.

서산 감태의 결을 살린 상세페이지 디자인
서산 감태의 결을 살린 상세페이지 디자인
성게알의 질감을 강조한 상세페이지 디자인
성게알의 질감을 강조한 상세페이지 디자인

저희가 상세페이지에서 늘 드리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신선합니다"라고 100번 쓰는 것보다, 신선해 보이는 장면 한 장이 낫습니다.

👉 100% 망하는 상세페이지의 3가지 공통점

② 체험은 상품이 아니라 공기를 팝니다

어촌 체험 프로그램은 만질 수 없는 상품입니다. 스킨스쿠버 장비 사진을 아무리 잘 찍어도 안 팔립니다. 소비자가 사는 건 장비가 아니라 그날의 기억이니까요.

동해의 청량감을 담은 어촌 체험 상세페이지
동해의 청량감을 담은 어촌 체험 상세페이지

그래서 동해의 청량감, 수중 시야, 넘치지 않는 여백으로 화면을 짰습니다. 목적은 하나입니다. 소비자가 그 안에 서 있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

제품 펀딩이 "이걸 가지고 싶다"를 만든다면, 체험 펀딩은 "여기 가고 싶다"를 만들어야 합니다. 파는 것이 다르면 보여줄 것도 달라집니다.

③ 낯선 것은 설명해야 팔립니다

감태가 뭐죠? 무산김은요? 동백오일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 로컬 특산물의 가장 큰 장벽은 품질이 아니라 낯섦입니다. 모르는 건 안 사니까요.

거제 해금강 동백오일 상세페이지
거제 해금강 동백오일 상세페이지

동백오일은 '화학성분은 단 0.1%도 없어요'로 열었습니다. 성분표를 나열하는 대신,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할 한 줄로요. 영암은 제품이 여러 개라 '꼭 필요한 2가지'로 먼저 정리해 줬습니다.

영암 해조화장품 세트 상세페이지
영암 해조화장품 세트 상세페이지

영암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마을 이야기도 '어촌자원 감소''어촌의 고령화' 두 덩어리로 끊어 놓았거든요. 정보를 줄인 게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받도록 순서를 만든 것입니다.

낯선 것을 파는 페이지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다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안 알려진 재료일수록 할 말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소비자는 한 화면에서 한 가지밖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이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 마지막 망설임을 지우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지역의 진심을 시장의 언어로

거제, 제주, 옹진, 영덕, 장봉, 중왕.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전국 각지에 숨겨진 것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솔직히 저희도 처음 보는 재료가 있었고요.

그런데 매번 확인한 건 똑같았습니다. 좋은 것이 안 팔리는 이유는 대개 품질이 아니라 번역의 문제였습니다.

지역은 자기 언어로 말합니다. 시장은 다른 언어를 씁니다. 그 사이를 잇는 게 저희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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